배회에는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다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나가려는 배회 행동이 있습니다. 빈도가 많지는 않아도 교통사고가 일어나거나 가족이 찾기 위해 애를 먹습니다. 배회라고 하면 목적도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치매 초기부터 중기에 이르기까지 '집에 가겠다'라고 말하는 행동은 나름대로 환자 본인의 목적과 가고자 하는 장소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지남력에 장애가 있어 자기 집에 있으면서도 남의 집에 있었다고 믿고는 '슬슬 돌아가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치매가 진행되어 오래된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은 한밤 중에 어린 아들이나 딸이(실제로는 성인인) 돌아오지 않았다고 걱정하며 마중을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회는 것는 것만이 아니라 자전거나 버스,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차를 운전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치매환자를 보호하거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힘들어서 사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위험하니까 또는 항상 지켜보기가 힘들어서 방문에 자물쇠를 채우거나 신발을 숨기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환자들은 자물쇠를 채우면 문을 부수려고 하고, 신발을 숨기면 맨발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는 건강한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을 마중 가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해서든 돌아가려고 하는 행동과 마찬가지입니다.
배회 행동이 나타나면 뒤를 따라가는 대응이 적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뒤를 따라가면 안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자꾸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회를 무리하게 막으려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어디로 가세요?' '뭐하러 가세요?'라고 나가려는 이유를 물어보고 목적을 파악한 다음 이에 맞게 대응하는 편이 낫습니다.
'식사 준비를 해놨으니 드시고 가세요', '오늘 주무시고 가신다고 하셔서 이부자리도 다 펴놨어요'라고 말하면 마음이 진정되기도 합니다. 또는 '같이 나가요'라고 말하고 근처를 한바퀴 돈 다음 문에 있는 명패를 보고 '여기네요'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본인도 납득합니다.
일반적으로 치매환자를 케어할 때 기본은 '설득보다 납득'입니다. '여기는 당신 집이다'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본인이 납득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진실보다는 환자의 내면세계에 맞춘 납득할 수 있는 거짓말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혼란
치매에 걸리면 항상 다니던 길도 잃어버려 경찰서에 가거나 퇴근하는 도중 길을 잃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장소에 대한 지남력에 장애가 발생하여 자신이 있는 곳을 분별할 수 없거나, 공사로 인해 길을 돌아가야 하거나 해서 머릿속에서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또 인지저하가 있어도 가족들이 적절하게 대응을 해주어서 그다지 문제 없이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갈 수 없거나 낯선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길을 잃는 경우도 많습니다.
혼자 생활하는 치매환자라도 행동이나 생활이 어느정도 정형화되어 있어 항상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를 오가는 경우에는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환자 본인에게는 항상 다니던 길이나 장소는 '익숙하고 친밀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로공사로 바뀐 길이나 낯선 장소는 더 이상 익숙하고 친밀한 대상이 아닌 새로운 체험과 상황으로 다가옵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어제나 새롭고 변화된 상황에 직면해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환자는 상황이 변한다면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종합적으로 지금 직면해 있는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평소와 다른' 행동이 무언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럴 때에도 '평소와는 다르네, 위기상황이다. 어떻게든 해야해'라는 인식은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봐야 하는데 도저히 모르겠다'는 불안과 혼란, 초조감은 우리들의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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