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진단받으면 기억력과 언어기능이 저하됩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환자와 대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가족이 이야기를 해주어도 기억을 못 하고, 설명을 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하다가 "답답해 미치겠네"라고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소통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합니다.
첫째, 항상 '처음처럼' 생각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치매는 기억장애를 유발해서 이전에 했던 말이나 약속을 다 잊게 됩니다. 그러니까 환자가 혹시 내가 한 말을 잊고 '네가 언제 그랬어?'라는 반응을 보여도 항상 처음처럼 대답해야 합니다. 절대로 '내가 어제 이야기 했잖아! 왜 기억도 못하고 나한테 그래'라고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환자와 대화하며 억울함을 느끼며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지 마세요. 분명히 미리 말했다 해도, 치매라는 병 자체가 잊어버리는 특징이 있으니 환자는 항상 '처음 듣는 것'이 맞습니다.
둘째, 틀린 말을 해도 일단 맞장구쳐 줍니다.
치매에 걸리면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어 생각을 한 방향으로만 합니다. 일방적인 성격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대부분 본인 판단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고집도 세어지니 환자가 조금 틀린 말을 해도 '맞아요!'라고 대답하며 일단 친해져야 합니다. 환자는 맞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라고 지적하면 더 이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 이길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절대로 환자에게 틀렸다고 곧이곧대로 말하면 안됩니다.
어떤 환자는 누군가 물건을 훔쳐갔다고 생각하면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절대 도둑맞을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치매환자를 화나게 하지 말고, '그럼 같이 찾아봐요'라고 맞장구쳐 줘야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찾거나 물건이 없어진 사실을 잊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환자의 틀린 생각을 바로 잡겠다는 오기만 버리면 치매환자와 잘 대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작은 일에도 아주 크게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치매를 앓으면 환자 스스로도 대화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적절한 단어 선택이 어렵고, 이전에 들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본인도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매에 걸린 뒤 가족과의 대화에 잘 참여하지 않고 우울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집에서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지내서 치매인 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길을 잃고 헤매는 경험을 한 뒤에 진단을 받기도 합니다. 이때는 이미 치매 중기로 진행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치매환자와의 대화가 정말 중요합니다. 대화하지 않으면 치매가 진행되는지, 아닌지도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치매환자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작은 일에도 아주 크게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치매호나자와 대화할 때는 무조건 '좋아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환자가 틀린 말을 해도 괜찮다고, 잘했다고 칭찬하는 누군가가 잇따면 위축되거나 숨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넷째, 한번만 성의 있게 대답해야 합니다.
치매환자와 대화할 때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 중에 하나는 같은 말이나 질문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사실 듣기 좋은 말도 반복해서 들으면 짜증이 나고 피곤합니다. 그런데 치매환자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같은 질문을 열 번, 스무 번 반복합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으로 반복해서 응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런 환자를 돌보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다는 보호자들도 많습니다.
'같은 말이나 질문을 반복하는 치매의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짜증이 나더라도 꾹 참고 한 번만 성의 있게 대답해야 합니다.' 반복하는 질문에는 '네 알겠어요' '네, 맞아요' 등 확실하고 짧게 대응하면 됩니다. 한 번만 성의 있게 대답하면 대화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다섯째, 치매환자와 대화하다가 절대 화를 내면 안됩니다.
치매환자와 대화하는 것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대화를 하다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그러면 화낸 당사자도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이 들며 속상합니다. 정작 치매환자는 상대방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낸 사람만 우스워집니다.
치매환자와 대화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화의 중심은 뇌가 아프지 않은 내가 아니라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라는 사실입니다. 환자를 중심에 놓고 대화하면 마법의 열쇠처럼 대화의 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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