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렸는데 자꾸 운전을 하려고 해요

운전을 하려는 것도 배회의 일종이다 

 

이미 오래전에 퇴직했는데도 회사에 간다고 말하거나 차를 운전하려는 것은 배회 행동 중의 하나입니다. 자동차 운전은 절차기억이기 때문에 치매 증상이 진행되어도 오랫동안 유지되어 말기까지 운전이 가능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알츠하이머의 경우 위급한 순간에 엑셀과 브레이크 중 어느쪽을 밟으면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빨간 불에서 액셀을 밟는 경우도 있어 자동차를 많이 쓰는 미국 등에서는 치매에 걸렸을 때 어떤 단계에 어떤 방법으로 운전을 그만두게 해야 하는지가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위험하기 때문에 운전을 못하게 말리고 싶어도 '회사에 가야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 순응하지 않고 오히려 격렬하게 저항을 하기도 합니다. 배회 행동에는 '회사에 간다' '집에 간다' 등 본인에게는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고 하면 치매환자들은 자신의 합리적인 행동을 우리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막으려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차키를 숨기는 방법을 생각해 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아침에 출근하려는 데 차키가 보이지 않으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증폭되어 결국 화를 내고 맙니다. 또 회사에 출근하려는데 "10년 전에 회사를 그만뒀잖아요"라고 이야기한다면 치매환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은 피해의식만 증폭시켜 공격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게 해보자

 

차를 타고 배회하는 행동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차에 '고장'이라고 써놓는 방법도 있고, 이에 효과가 없어 '폭발 위험'이라고 써붙여놓았더니 차에 다가가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는 배터리나 플러그를 뽑아놓고 "차가 고장 나서 수리를 불렀는데 지금 바빠서 못 온데요"라고 매일매일 계속 말하니 치매환자가 납득한 사례도 있습니다. 

 

차키를 숨기고 "차키가 없어졌다!"라고 흥분할 때도 "어머, 같이 찾아봐요"라고 말하며 같이 찾는 사이에 키를 찾고 있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안정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지하철 역까지 모셔드릴게요"라고 조수석에 태우고 근처를 돌다 보면 회사에 가려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만병통치식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배회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은 치매환자가 감정이나 욕구를 전달하기 위한 표현을 방법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무언가의 이유나 계기로 인해 이런 행동들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때에는 '언제부터 이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지?' '이런 행동을 주로 언제 하는 거지?'라는 식으로 관찰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배회는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주위 사람은 케어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러한 증상이 몇 년씩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 지나면 행동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치매환자의 유언은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

치매에 걸리기 쉬운 체질은?

치매환자가 배회하는 이유